현대중공업 구내식당

[Why] 한끼 식비 4500원 "괜히 세계적 기업인가"

입력 : 2009.06.20 03:05 / 수정 : 2009.06.20 22:33

현대重·현대차·SK에너지 등 구내식당, 비용도 규모도 세계적

세계적 기업인 울산의 현대중공업·현대자동차·SK에너지 등 한국 최고 기업 근로자들은 일반 국민들보다 한 끼에 최대 1.8배나 많은 양의 밥을 먹는 것으로 나타났다. (본지 6월 15일자 보도)

16일 낮 울산광역시 현대중공업 4층 식당에 직원 2500명이 쏟아져 들어왔다. 회사 구내식당 54곳에서 4만5000명이 동시에 끼니를 해결한다. 매주 화·목요일은 특식일(特食日)이다. 이날 메뉴는 쌀밥, 근대국, 김치 돈 사태 조림, 감자채 볶음, 된장 고추지, 김치(총 1509㎉)로, 양껏 먹을 수 있다.

패널 조립부 최현씨는 "이렇게 메뉴가 좋은데 왜 밖에 나가 먹겠느냐"고 했다. 분식코너는 1인분에 라면 2개가 기본이다. 고경심 현대푸드시스템 책임 영양사는 "7월 20일부터 8월 24일까지 혹서기(酷暑期)에는 매일 삼계탕·갈비탕·한방곰탕·오리고기 같은 고단백 보양식이 나온다"고 했다.

현대중공업은 먹는 것에 관한 한 이미 여러 기록을 세웠다. 어민들이 어려움을 겪을 때 전어 23만마리를 한번에 사들였고 전복 4만마리, 우럭2만마리를 산 적도 있다. "복날이면 울산 주변에서 닭의 씨가 마른다"는 소리까지 나올 만큼 엄청난 식욕이다.

점심 한끼의 원가는 식재료비 외에 인건비 등을 포함해 4500원으로 알려져 있다. 태릉선수촌의 한끼 식 재료비(1만원·5000~5500㎉), 축구 국가대표팀 '특급 뷔페식'(2만원)에는 못 미치지만 대량으로 식재료를 구입하면서 평균 단가가 낮아져 가격 대비 음식 질은 높다고 한다.

현대중공업 못지않게 직원 규모가 큰 현대차(3만5000여명)도 구내식당이 24곳 있다. 일부 기숙사 직원의 아침 식사까지 포함하면 매일 4만2000명분의 식사를 준비한다. 이날 현대차의 점심 메뉴는 두 가지였다.

A코너(945㎉)는 쌀밥, 풋고추 된장찌개, 돼지고기 두루치기, 계란찜, 콩나물 다시마 무침, 배추김치였다. B코너(980㎉)는 쌀밥, 돈가스, 크림 수프, 양상추 샐러드였다. 계란, 돼지고기, 등 푸른 생선, 메밀, 복숭아처럼 알러지가 생길 수 있는 음식에는 따로 표시가 있다.

염문경 선임영양사는 "매년 5개 사업장에서 사내 조리경연대회가 열린다"며 "작년 대회에 현미·보리·율무·기장·차조를 넣은 오곡 닭백숙을 출품해 입상했다"고 말했다. 정철화 복지후생팀 차장은 "특식 재료 단가를 2800원까지 높여 외부의 1만원짜리 식사보다 낫다"고 했다.

▲ 현대자동차의 급식을 담당하는 염문경 선임영양사가 16일 점심 메뉴인 돼지고기 두루치기와 돈가스를 소개하고 있다. / 채성진 기자

SK에너지 울산콤플렉스는 남구 고사동에 있다. 이 회사의 한끼당 식 재료비는 2800원 정도다. 이채욱 노사협력팀 과장은 "반드시 한우 쇠고기를 쓴다"고 했다. 이날 메뉴는 쌀밥, 미역국, 가자미 무 조림, 깻잎 야채 전, 얼 갈이 겉절이, 배추김치, 미숫가루였다(954㎉).

SK에너지는 매월 한번씩 새로 개발한 메뉴 시식·품평회를 연다. 6월 시식회에서는 낙지 비빔밥과 해물 철판 볶음밥이 호평을 받았다.

급식을 담당하는 천찬영 ㈜후니드 팀장은 "한꺼번에 몰아서 조리하지 않고 3~5차례 나눠 좀 더 따뜻한 가정식 밥상을 내놓는다"고 했다.